권오봉
우손갤러리는 2026년 6월 4일부터 8월 8일까지, 최병소·이명미를 잇는 지역 작가 시리즈의 일환으로 권오봉 개인전을 개최한다. 작가는 2023년 ‘제24회 이인성 미술상’을 수상하며 그간 쌓아온 예술적 성취를 다시 한번 공고히 한 바 있다. 대구를 기반으로 묵묵히 다져온 그의 회화적 궤적은 이제 지역적 맥락을 넘어 한국 미술사의 차원에서도 그 의미가 선명해지고 있으며, 이번 전시는 그 성취를 뒷받침해 온 치열한 화면들을 조망하는 자리가 된다.
권오봉의 작업 앞에 섰을 때 가장 먼저 감지되는 것은 단일한 이미지가 아니라, 서로 다른 시간과 몸짓의 층위가 하나의 표면 위에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긁힌 자국과 덧칠된 면, 즉흥적으로 휘갈겨진 선과 반복적으로 퇴적된 색면은 얽히고설킨 채 생성과 변형을 거듭한다. 그에게 캔버스는 완결된 결과물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행위가 누적되는 장소다. 지우고 쌓는 과정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며 화면은 끊임없이 스스로를 갱신한다.
이 갱신의 충동은 근작들에 이르러 더욱 압도적인 밀도와 날것의 에너지로 분출된다. 붓이라는 전통적 도구에 안주하지 않고, 캔버스 천(헝겊)을 비롯한 다양한 매체로 표면을 단숨에 가로질러 생생한 궤적을 남긴다. 이성적 계획보다 신체의 움직임과 직관에 의지하는 ‘액션 페인팅’은 그리기라는 행위 본래의 원초적 생동감을 회복한다.
특히 1층 전시장에서 선보이는 ‘콜타르(coal tar)’ 작업들은 이러한 경향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산업적 기원을 지닌 콜타르 특유의 검고 끈적이는 질감은 표면 위에서 번지고 침식하며 독특한 층위를 형성하고, 두터운 마티에르(Matière)와 결합하여 화면을 에너지의 장으로 전환시킨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재현이나 구성의 논리가 아니라, 신체적 제스처가 그 순간 캔버스에 새겨 놓는 직접성이다. 선 역시 무언가를 설명하거나 묘사하기보다, 표면에 안착하는 즉시 다른 자국들과 충돌하며 기존의 상태를 다시 흔들어 놓는다. 그 결과 화면은 하나의 중심으로 수렴되지 않고, 서로 다른 밀도와 속도를 지닌 흔적들이 팽팽하게 맞서는 장으로 남는다.
현재의 과감한 궤적은 2층 전시장에 마련된 두 갈래의 경로를 통해 그 당위성을 획득한다. 첫 번째 공간에서는 초기 낙서 작업의 분출하는 기운을 계승하면서도 이를 더욱 본질적인 회화의 언어로 응축시킨 작업을 조망한다.
이곳의 작품들은 선이 형태의 구속에서 완전히 벗어나 오직 신체의 호흡과 속도에 반응하며 화면을 가로지르는 과정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이어지는 두 번째 공간에서는 그 호방한 궤적의 뿌리가 된 1980년대 후반의 초기작, 이른바 ‘낙서 작업’들을 선보인다. 다채로운 색감과 구상적 형태가 파편적으로 등장하는 이 시기의 기록들은, 지금의 무위(無爲)적 선들이 결코 우연이 아닌 치열한 실험과 파격 끝에 얻어진 결실임을 증명한다. 두 공간을 거치며 현재의 유려한 궤적이 초기 낙서의 저항적 기운과 자유로운 선의 움직임으로부터 어떻게 발현되고 진화해 왔는지, 그 예술적 계보를 역으로 추적하게 된다.
결국 권오봉의 회화는 완성된 장면을 제시하기보다 서로 다른 시간과 몸짓이 겹쳐진 상태를 지속적으로 드러낸다. 흔히 ‘낙서’라는 말로 수식되지만, 그것은 단순한 비의도적 표현을 넘어 통제되지 않은 움직임이 어떻게 회화의 구조 안으로 진입하는지를 폭로하는 방식에 가깝다. 관람자는 1층의 압도적인 물성(物性)에서 출발해 2층의 예술적 기원에 이르기까지, 표면 내부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긴장과 복수의 시간이 남긴 치열한 자취를 추적하게 된다. 청년 시기의 초기작부터 최근작에 이르기까지 총 20여 점의 평면 회화가 한자리에 모이는 이번 전시는, 대구를 기반으로 일평생 자유로운 선의 의지를 고수해 온 작가의 회화적 성취를 온전히 가늠하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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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on O BongUntitled, 2002acrylic on canvas130 x 97 cm (60F) -
Kwon O BongUntitled, 1999acrylic on canvas130 x 162 cm (100F) -
Kwon O BongUntitled, 1993acrylic on canvas219 x 291 cm -
Kwon O BongUntitled, 2022acrylic on canvas130 x 194 cm (120F) -
Kwon O BongUntitled, 2024acrylic on canvas182 x 227 cm (150F) -
Kwon O BongUntitled, 2026oil on canvas90 x 90 cm (50S) -
Kwon O BongUntitled, 2008acrylic on canvas112 x 112 cm (80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