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홍: 미완의 리허설

29 September - 23 Decembe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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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release

환각의 내면, 허상의 영토 너머
안창홍의 화업 50년: <사루비아 꽃밭>에서 <유령패션>까지 (1971-2022)



이번 우손갤러리의 안창홍 초대전은 작가의 초기작품부터 근작을 포괄하는 가운데 화가의 길, 50년의 궤적을 파노라마식으로 구성한 전시다. 따라서 화가 안창홍의 전환기적 작품을 중심으로 작가의 사유적 변천사를 되돌아보는 작은 회고전 형식으로 기획되었다.

1970년대 초기작부터 본격적인 화가로서 데뷔한 이후 안창홍이 펼쳐 온 작품세계를 연표적으로 조명하게 된다. 이번 전시는 본격적인 회고전에 앞선 하나의 시놉시스(Synopsis)이자 영화의 트레일러(Trailer)와 같다. 그의 작품세계를 관류하고 있는 변화무쌍한 주제 의식, 환상과 무의식의 영토에서 캐낸 일탈적 시선, 인간 세태에 관한 통렬한 발언, 허구와 비극미 사이에 전율할 듯이 흐르고 있는 인간의 에로스적 욕망, 그러면서도 버리지 않는 자연과 식물에 대한 애잔한 경외심 등을 이번 전시를 통해 재조명하고자 한다.

화가 안창홍이 다루어 온 다채로운 소재들은 유목적 시선으로 포획되어 온 시대상의 통찰과 개인적 환상을 넘나드는 예술적 지층들이라 할 수 있다. 1970년대까지의 초기 유화작업들이 하나의 청색조의 습작기였다면, 1979년대 후반부터 작가만의 개성 있는 <인간 이후> 연작과 <가족사진> 연작이 발표되었다. 눈동자를 제거한 부재의 증명, 화목함을 뒤로한 죽음의 암시 등 암울하고 염세적 세계관이 특징적으로 드러난 시기였다. 198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위험한 놀이> 연작들은 사탄의 세계에서 나올 법한 제의적 행위들이 나타났고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에는 비참한 최후나 고통의 비극을 맞이하는 <새> 연작이 회화, 드로잉, 오브제 콜라주 작업 등 표현형식의 변주성을 지닌 채 발표되었다. 이 시기에 동시적으로 시도되었던 표현은 <얼굴>, <인간> 연작들을 중심으로 한 시대상과 세태를 반영하는 회화 연작과 가면 연작들이 테라코타 부조와 종이 오브제, 나뭇조각, 드로잉, 오브제 콜라주 형식 등 자유분방하면서도 지칠 줄 모르는 상상력과 환상적 이미지로 화산폭발처럼 분출하였다. 이 시기가 양평으로 작업실을 이전한 1988년 무렵으로 3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안정적인 작업실에서 역설적이게도 그의 유목적인 사유는 경계 없는 영토를 질주하게 된다. 이 1990년대는 민중미술과의 연계성을 일정부분 유지하면서 당시의 암울했던 시대상과 욕망으로 가득 찬 세태의 허구와 이면을 들추어낸 <인간> 연작들의 다채로운 변주곡이 있었다면, 가난한 작가였음에도 불구하고 작정하고 다닌 외국여행과 스케치여행은 그의 회화적 사유가 더욱 다채롭게 꽃을 피우게 된다. 1979년 일본 교토와 나라를 방문한 이래, 유럽의 헝가리, 프랑스, 영국, 오스트리아 여행(1989), 실크로드 스케치여행(1996), 1996년도부터는 수차례에 걸쳐 고비사막, 인도, 네팔, 에콰도르 갈라파고스제도, 그리스 등 외국의 풍경과 문화를 직접 보고 경험하면서 작가의 사유를 확장시켜 왔던 것이다. 

2010년도에 들어서서는 <이름도 없는...>, <눈먼 자들>, <마스크>와 같은 데포름 된 인간의 얼굴들의 부조 혹은 조각적 형식들이 현대사의 질곡 속에 사라져 간 인간의 영혼에 바치는 진혼곡처럼 부상하거나 작업실의 뜰에서 발견한 맨드라미의 생멸에 주목한 <맨드라미> 연작, <화가의 심장>과 <화가의 손> 연작과 같은 대형 오브제 작품이 키치적 요소를 담보하고서 발표되었다. 2021년의 <유령패션>은 <인간 이후>(1979) 작품이 담지하고 있었던 허구성의 미학을 채굴하듯이 캐내어 새롭게 구현한 주제의식의 숙성된 일체성의 한 단면이었다.

이번 우손갤러리에서의 <안창홍: 미완의 리허설>은 그의 끝나지 않은 회화적 지도의 좌표 없는 항해지도를 분석적, 해체적으로 재구성한 전시가 될 것이다. 언젠가 선명하게 드러날, 그러면서도 여전히 예술적 미망(未忘) 속에서 전개될 회고전의 제의(祭儀)에 미리 바치는 오마쥬다. 안창홍 회화 50년의 궤적을 조감하면서 관람자의 시선에서 그의 회화, 드로잉, 부조, 입체조각, 오브제와 꼴라주, 사진 등을 포괄한 총체적인 작품의 양상을 부감하듯이 구성하게 된다. <안창홍: 미완의 리허설>은 안창홍의 예술적 서사가 새롭게 조명되는 우손갤러리판 특별편곡전으로 마련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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