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view

1956년 청도 출생의 이배는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한국에서 활동하다 해외여행이 자유화 된 1989년, 프랑스로 건너 갔다. 이 때는 유럽에서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중국에서는 천안문 사태가 일어나는 등 세계 곳곳에서 전환의 물결이 일던 시대적 과도기 였으며, 동시에 이배 자신의 작가적 인생이 전환되는 중요한 시기였다. 그가 파리를 거점으로 작업 활동을 시작한 무렵, 작가에게 일어난 많은 인식의 변화와 더불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작품의 변화는 '검정'으로의 전개라 할 수 있다.

 

그의 캔버스를 검정으로 온통 뒤덮은 배경은 새로운 환경 속에서 예상치 못한 경험을 한 이배가 그동안 믿고 쌓아온 것들을 향한 인식의 변화가 벽이 무너지듯 검은색의 화면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한국 추상미술의 단색적 회화양식이 형태와 색이라는 즐거움을 절제하고 정신의 정화를 추구한 반면 이배의 작품의 검정색 모노크롬은 모든 현실적 요소를 극도로 압축시켜 축적된 포화상태라는 점에서 다른 모노크롬 작품과 구분되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배의 작품에서 물성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그런 의미에서 '숯'은 이배에게 중요한 재료가 아닐 수 없다. 숯은 나무의 재질이 단단하지 않으면 전소되어 버리고 밀도 있고 단단한 목질만이 남아 새로운 에너지로 변환되는 불완전 연소물이라는 소멸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로 재탄생하는 그 성질 때문이다. 2000년에 들어가면서 이배의 검정이 내포하는 가능성은 공간을 넘어서 시간의 연구로 이어지고, 화면 전체를 덮고 있던 숯의 검정은 한 층 더 밀도 높은 먹의 검정이 왁스와 같은 미디움과 혼합되어 모호한 기호적 형태로 캔버스 위에 나타난다.

 

숯가루와 밀랍을 사용해 만드는 작품인 <미디엄 wax medium> 시리즈는 이배가 2004년부터 해오고 있는 작품으로 두께감을 형성시켰다. 이러한 행위는 마치 동양의 먹과 한지, 혹은 서예가 현대적인 물성과 감각으로 새롭게 재탄생한 듯한 느낌을 준다. 미디엄 wax medium 작업에서 밀랍이 흰 부분을 차지하는데, 서양화는 칠할수록 마티에르가 두꺼워 지지만 <미디엄>연작은 칠할수록 안으로 들어가는 동양화 기법을 사용한다. 흰 부분은 밀랍으로 채워져 있는 것이지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니다. 특히 그의 미디엄 작품의 경우 흰 여백에 모든 색을 담고 있는 검은 숯으로 그려낸 획이 마치 부유하듯 떠 있는 형상임과 동시에 그 속의 무게감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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