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숨숨: 조재영

9 July - 16 August 2025 Seoul
Installation Views
Press release

호흡의 직조술

 

조재영 작가는 사물을 다각형 단위로 쪼개서 해체하는가 하면, 거꾸로 다각형 조각들로 조립한 듯 추상화한 사물을 작업해왔다. 해체와 재조합을 종횡으로 수행하는 공정은 사물을 인식하는 순서와 역순이 작동한 궤적이다. 고정된 개별 오브제는 구체적인 사물과 추상 중에 어느 한쪽으로 분류하기 어렵다. 그리고 사물은 다시금 프레임에 구속되어 배치된다. 뼈대와 기관처럼 구분된 사물과 프레임은, 변주와 전개를 거듭하며 프레임이 사물을 보조하거나, 사물 자체가 프레임 일부가 되면서 한쪽이 다른 한쪽의 부속이자 서로를 피드백한다.

 

다각형 파편들의 결합체는 정합적으로 조립된 형태이면서도 반복과 확장을 거듭한다. 프레임이 사물을 속박하는가 하면 변이와 탈주를 보조하면서 구속과 넘침 사이 균형을 유지한다. 작가는 사물과 프레임이 독립적으로 변주하면서도 서로를 보충하며 네트워크로 확장하는 양상에서 중심 없이 얽혀드는 넝쿨을, 미분 단위로 재구성되는 사물의 원리를, 들뢰즈의 개념을 빌려 '리좀'의 조형적 (탈)구조를 떠올렸을지 모른다.

 

2025년 개인전 ⟪One Breath Two Breaths⟫에서 작가는 건조한 형식에 내용을 붙이고, 민족지적 문화의 맥락에 조형 문법을 적용하며 양단을 교차시킨다. 해체와 재조합을 거듭한 사물과 프레임은 응집해서 덩어리를 이루거나 다시 풀어지는 매듭으로 이어진다. 매듭과 매듭으로 연결된 사물은 외부 환경에 감응하는 부족 공동체를 떠올리게 하고, 탈-이원론적 네트워크를, 세속화된 인간세계로부터 외부의 (비)존재를, 초과와 탈경계를 상상하게 만든다. 작가는 이를 실체화하기 위해 초월론적 세계관 속에서도 현실을 구속하고 경계 긋기를 거듭하는 상징과 도상을 연결한다. 일례로 그는 조형의 원형으로 원과 뿔을 꼽는다. 한쪽에 완결적인 형태의 기본 도형이 있다면, 다른 한편에는 완결성에 개입하는 날카로운 형태가 자리하는데, 작가는 둘을 접합한 형태에서 새의 머리를 제시한다. 새는 장소와 장소를, 삶과 죽음을 연결하고 매개이자 절충적인 소재로 출현한다. 유닛으로 쪼개고 다시 구성하는 조형물을 독립적으로 고정된 상태에 놓지만, 끝내 포획하지 못한 사물을 어떻게든 남기려는 예술가는 그로부터 연결의 모티프를, 이를 시각화하는 예술의 역할을 상상했을까.

 

그간의 작업이 카드보드지를 질료로 삼았다면, 최근에는 실과 패브릭으로 변모한다. 탄력과 침투성을 바탕 삼아 작가는 접착제 대신 바느질과 매듭으로 점과 선으로 서로를 엮는다. 모빌처럼 매달려 날 수 없는 새는 고정되지 않은 채 그 모습을 증식한다. 결속하고 풀어헤치는 조형의 문법은, 출현했을지라도 온전히 잡을 수 없음을 거듭 부여잡는 일종의 목격이자 붉은 애도의 직조술이다.

 

재료뿐 아니라 프레임에 대한 해석 또한 변주하고 분기한다. 그는 프레임을 가두는 장치로 고정하기보다 프레임의 효용을 활용한다. 프레임이 짓는 경계는 그 바깥의 것을 보려 함이자, 연결을 위한 신호로 기능한다. 속박과 구속으로부터 퍼즐과 조각보처럼 조각난 것들을 잇고 공기처럼 흩어진 분자들을 다시 끌어당기는 조형의 구심은 날개와 파동의 모습을 이루더니 이내 프레임에 구속되어 외부를 향한다. 설령 껍데기와 피상적인 패턴으로만 설지라도, 모든 것을 껍질로 읽고 해석하는 작업은 껍질로부터 날개를 만들고 물을 연결하며 공기로 흩뿌린다. 프레임은 해방을 위한 구속의 장치로 기능한다.

 

남웅(미술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