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peak to Shadow: Daebie Kim, Haeun Oh, Claire Chey

12 June - 12 July 2025 Daegu
Press release
How to Speak to Shadow 그림자에게 말하는 방법
 
그림자는 언제나 우리보다 앞서 혹은 뒤따른다. 그림자는 빛의 존재를 통해 비로소 드러나지만, 결코 완전히 포착되거나 소유되지 않는다. 이 전시는 존재의 윤곽에서 미끄러지는 흔적들, 즉 우리가 말하고자 하지만 끝내 말해지지 않는 것들 몸, 감각, 욕망, 정체성의 그림자에 대해 말하고, 말 걸어보려는 시도다. 김대비, 최원정, 오하은 세 작가는 각기 다른 회화적 언어로 이 불가시의 그림자를 직면하고, 그것을 주체적으로 호명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감각을 탐색한다.
 
김대비는 새와 물고기, 구멍(보이드)와 같은 상징적 모티프를 통해 존재의 출현과 소멸, 그리고 그 경계에서의 긴장을 시각화한다. 그의 회화 속 존재들은 눈과 꽃, 어떤 중심을 향해 몰려드는 시선과 몸짓으로 공간을 가로지르며, 해방과 구속 사이에서 끊임없이 방향을 제시한다. 회화적 구성이 단지 감상자의 시선을 이끄는 구도적 장치를 넘어서, 화면 안 존재들 스스로가 시선을 생성하고 응시를 발화하는 주체로 전환된다. 이는 몸과 시선, 감각과 방향이 맺는 복잡한 관계를 탐색하는 동시에, 존재의 인식을 다시 그리려는 시도이다.
 
오하은은 감각적 서사와 사회적 구조 사이의 틈에서 언어화되지 않는 '수치'의 감정을 회화로 포착한다. 익숙한 이미지와 낡은 상징, 종교적 도상과 브랜드 광고 이미지의 파편들을 뒤섞어 구성된 그녀의 화면은 명확한 중심 없이 부유하며, 반복과 변주 속에서 모호함과 충돌을 유도한다. 그의 회화는 해석 불가능성을 전면에 내세우며, '귀와 마음 사이의 거리'에서 말해지는 불완전한 언어, 사회화된 주체가 무심코 흘려버린 감각의 잔여에 대해 질문한다. 오하은의 작업은 완전히 말해질 수 없기에 더욱 진실에 가까운 어떤 고백이며, 그것은 어쩌면 그림자에게 말 걸기 위한 가장 조심스러운 언어다.
 
최원정은 말 그대로 빛이 닿지 않는 인간 내면의 흔적을 회화를 통해 포착하려 한다. 여기서의 ‘내면’은 신체 내부의 감각뿐 아니라 잠재의식과 무의식으로부터 비롯된 심리적 표출까지를 아우른다. 그의 작업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어둡고 심연을 알 수 없는 구멍들은 자아와 타자,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허문 채, 느껴지는 감각과 의식의 저편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동시수용하는 공간이 된다. 그는 현대 여성성과 신체 정치(body politics)를 축으로, 회화라는 매체가 어떻게 혐오와 욕망, 수치와 쾌락이 얽힌 감각의 그림자를 재현하고, 그 불가시적 흔적들을 시각화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How to Speak to Shadow≫는 시선을 피하고, 이름 붙이기를 거부하며, 말해지기를 유예하는 것들과의 접촉을 시도한다. 세 작가의 회화는 존재의 윤곽선이 흐려지는 자리에서, 우리가 외면해왔던 감각과 말들, 그리고 무력해 보이는 몸과 표정의 잔여로부터 새롭게 말하기를 시작한다. 그림자와의 대화란 결국, 명료함과 해석을 유보하는 태도 속에서, 침묵과 이미지, 응시와 비밀 사이의 긴장을 감내하는 일이다.